2000's/20022012.11.30 23:02

 

 

분명 우리에게는 통기타를 믿던 시절이 있었다. 적어도 생맥주와 청바지 그리고 통기타로 젊음을 대변하던 '70년대의 젊음이들에겐 말이다. 그때 통기타는 기존의 음악계가 갖고 있던 패턴을 바꾸는 혁명적 전환의 계기 이외에도 기성세대의 삶과 사상에 반기를 드는 문화전복의 전령 이였다. 거기에 독재자의 완강한 개발지상주의 정책에 저항하던 어쩌면 힘 없는 야당보다도 더 큰 담합과 연합의 상징적 매개체였다.

 

그 시절 우린 분명 통기타를 믿었다. 그리고 통기타의 선율 속에서 꿈과 희망을 가졌다. 그 결과 그 세대는 인류에게 김민기, 한대수, 이장희, 어니언스, 트윈 폴리오 등의 유산을 선물했으며 이 자양분은 주류의 물줄기와는 별개로 곁가지를 형성하며 이후 김광석, 안치환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는 계보를 만들어 내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하지만 댄스 음악에 점령된 현재의 뮤지션들과 그 후배들은 더 이상 통기타를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보다는 컴퓨터를 맹신하며 춤과 TV를 사랑한다. 그리고 양념처럼 클래식 선율과 밴드 포맷의 세션을 곁들인다. 다만 아주 가끔 기타의 명장들을 불러와 색을 덧입힐 뿐이다. '70년대 서구 포크 록을 주조했던 통기타는 현재 이렇게 이 땅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란 사람 냄새 풀풀 풍기는 아름다운 곡으로 사랑 받던 자전거 탄 풍의 리메이크 시도는 구태의연한 듯하면서도 독특하며 단촐하고 재미없어 보이지만 새롭다. 국내 10대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곡들이지만 외국 곡들의 주요 멜로디를 곁들여 특이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자 음악이 주는 매력 못지 않게 통기타의 아름다운 선율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유발시킨다.

 

면면을 살펴보자. 바하(J.S. Bach)의 미뉴에트(Minuet) 전주로 시작하는 핑클영원한 사랑,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Layla 반주에 맞춰 부르는 젝키폼생폼사, 밥 딜런(Bob Dylan)의 Knocking On Heaven's Door 스케일에 가사만 빌려온 지오디어머님께, S.E.S의 곡을 부드럽게 소화한 Oh My Love, 이정현의 테크노를 한(恨) 버전으로 만들어 낸 , 후반부에 폴리스(Police)의 Every Breath You Take로 자연스럽게 이양되는 D.J. D.O.CD.O.C와 춤을 등 이제껏 우리가 알았던 리메이크와는 다른 재미와 재치를 통기타를 통해 선사한다. 오직 통기타만이 할 수 있다는 걸 시위하듯이.

 

통기타의 시대가 저문 지금에 와서 통기타를 믿느냐고 묻는 이 음반의 저의는 무엇일까. 그것은 급속히 역사 속으로 퇴각하는 통기타의 역량을 만천하에 고하는 도전장이자 설자리 잃은 리얼 뮤직의 재창조를 위해 의식적으로 10대들에게 그 기능을 타전하는 소박한 화합의 미소 아닐까? 온갖 샘플링과 기교로 가득한 전자 음악에 발을 푹 담근 10대들은 이 통기타 세대의 끝자락에 서서 손짓하는 뮤지션들의 제스처에는 관심 따위 두지 않을테지만 말이다.   

 

 200201 / 20121130  이즘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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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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