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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s/1996

Yang Pa - 양파 / 1996

by Rainysunshine 2019.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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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로 흑인음악은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서 대세가 된다. 메이저 3사가 참여한 SBS 오디션 프로그램 <Kpop스타>를 보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3사 모두 맑고 고운 목소리보다는 허스키하면서도 그루브감이 있는 흑인 필의 목소리에 강한 호감을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선호도의 형성은 힙합과 알앤비가 대중화되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고 그 중에서 가창력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후자의 영향력이 더 크다. 1990년대 초반 흑인 음악의 수입에 있어 랩에 기반한 힙합 스타일, 뉴 잭 스윙에 몰두하던 대중음악계에 알앤비를 처음으로 선보인 가수는 유영진이다. 유영진은 그대의 향기(1993)를 발표하면서 국내에 조명탄을 쏘아 올린다. 뒤이어 솔리드(Solid)가 이 밤의 끝을 잡고(1995)로 장외홈런을 치면서 대중에게 이 장르를 인식시켰고 1996조규찬의 <3rd season> 양파, 이기찬의 데뷔 앨범이 나왔다. 1998년에는 박정현의 첫 앨범이 공개되면서 미풍이던 R&B는 광풍의 조짐을 보인다. 1999년에는 플라이 투 더 스카이소냐, 2000년에는 박화요비박효신, 그리고 제이(J)의 <In Love...>가 등장했다. 그리고 2002휘성의 등장으로 이 장르는 2000년대 초반 완전히 주류로 정착한다. 

 

항상 솔리드가 R&B의 대명사로 언급되곤 하지만, 잠깐 유행하다 사라진 레게의 운명처럼 풍전등화였던 R&B를 대중화로 이끈 앨범은 양파1집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R&B라 부를 수 있는 곡이 몇 곡 되지 않음에도 말이다(사실 솔리드2집도 R&B라 적힌 곡은 이 밤의 끝을 잡고 한 곡이다). 당시에 한편으로는 열렬히 수용하면서도 가요계를 초토화한 댄스음악에 대한 반발심리가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듀스를 제외한 대다수의 가수들은 시류에 편승한 것으로 치부되었고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항상 의심받았다. 양파1집이 대박난 후 R&B는 이런 댄스 음악에 대한 기운을 누르기에 좋은 장르가 되었다. 춤보다는 가창에 집중하는 장르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새로운 세대는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톤의 이문세, 변진섭류의 발라드와는 다른 세련된 포스를 선호하고 또한 빠른 속도로 흡수했다.

 

초창기 미국의 R&B는 재즈, 소울 등의 장르와는 상관없이 흑인들이 부르는 모든 노래를 지시하는 총칭이었다. 과거에는 백인과 흑인의 창법은 듣는 사람이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 알앤비(Contemporary R&B)는 인종보다는 과거 흑인음악의 형태를 가지되, 드럼 머신으로 배경을 이루고 재즈적인 느낌(즉흥성)이 배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가수가 부드러운 음색으로 부르는 스타일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의 R&B는 이런 미국적 스타일을 가져옴과 동시에 멜리즈마(melisma, 혹은 벤딩)라는 기교에 더 중점을 두게 된다. 멜리즈마는 악보상의 한 음을 그대로 내는 것이 아니라 그 한 음을 기점으로 연속해서 여러 음을 내는 기교(발성과 바이브레이션이 다르지만 트로트에서의 소위 꺾기를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를 말한다. 그러다보니 고음에서는 살짝 가성이 필요하다. 이런 스타일을 형성케 한 것은 국내에서 유독 인기 있던 보이즈 투 멘(Boyz Men)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공이 적지 않다.

그렇게 보면 미국에서 살다 온 김조한이 밤의 끝을 잡고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기교는 초창기 국내 R&B 가수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김건모아름다운 이별에서 가끔 울 것만하는 부분이나 이기찬Please에서 얼마나 소중한 그대”, 양파애송이의 사랑에서 거의 끝나는 부분의 내 곁에 있어 줘등을 들어보면 살짝 비트는 정도다(물론 지금에 와서 들어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멜리즈마의 기교주의는 역시 미국에서 살다 온 박정현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교과서처럼 정리된다. 데뷔 당시 P,S. I Love You를 부르는 그녀의 성대는 거의 돌고래의 대화에나 끼일만한 초음파 소리를 내며 머라이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관심 있으신 분은 유튜브에서 찾아보시기 바란다).

 

84만장이나 팔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양파1집은 R&B의 순항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10대 가수들의 전성기를 예고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1996년에는 양파와 더불어 이지훈이기찬 그리고 H.O.T.가, 1997년에는 박지윤과 진주가 고등학생 신분으로 동시에 데뷔한다. 이들의 앨범이 거의 모두 성공을 거두자 기획사들은 어린 떡잎들을 물색하기 시작했고 2000 보아를 필두로 어린 가수들의 대장정에 서막을 올린다. 미국에서도 1999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의 데뷔를 시작으로 틴팝의 부흥기를 맞이한다. 

 

방학기간을 이용해 미국에서 녹음한 양파의 앨범은 당시의 우리나라 앨범 제작 스타일인 종합선물 양상을 띤다. 거기에는 갑자기 너무 많은 장르가 수입된 이유도 있지만 지금처럼 한 장르에 몰두하는 가수들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히트 한 애송이의 사랑Forever With You 외에 에이스 오브 베이스(Ace Of Base), 리얼 맥코이(The Real McCoy), 라 부쉬(La Bouche), 투 언리미티드(2 Unlimited) 등의 혼성그룹이 인기를 끌었던 유로 댄스풍의 뱀파이어, TLCBaby Baby Baby와 편곡이 유사한 뉴 잭 스윙 풍의 비타민, 정말 괜찮은 발라드 괜찮아 등이 다수의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해 포진하고 있다. 또한 지금은 기사거리도 되지 않지만 당시에는 사회적 문제라고 여겨졌던 인터넷 채팅에 관한 노래인 Internet Girl 등이 흐른다. 당시 외국에서의 녹음이 유행해서 그런지 Don’t You Want Me와 같이 완전히 영어로 된 트랙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애송이의 사랑 영어 버전인 Heartbeat Away가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전에도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영어권에서 살다 온 가수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이 곡을 계기로 국내가수들의 영어 버전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양파라는 이름 또한 어떤 면에선 시대를 앞서 갔다고 볼 수 있다. 이전까지의 예명들은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당시 신촌뮤직 사장 장고웅이 지은 이 예명은 이후 자두, 왁스, 거미, 볼빨간, 달파란 등을 비롯해 현재에는 나비, 상추, 오리, 이불, 흐른, 짙은, 개코, 도끼 등 도저히 사람이름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이름들이 탄생하고 익숙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50515 다음뮤직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Please believe me darlin' I'd never try hurt you

Ain't no reason now to give up and let go

Don't you know I'm nothin' like the others

Our hearts belong together, beating close forever


We're just a heart beat away, one touch could make it happen

We can reach the other side if we hold on to the passion

I know we'll find a way to reach what we've been dramin'

Gettin' closer day by day 

Ooh, Baby, we're just a heart beat away


I know it's not been easy to hold on to each other

Life's been hard sometimes to me as well as you

But just have faith that love can make it better

Touch me and discover, we were made for one anther


We're just a heart beat away, one touch could make it happen

We can reach the other side if we hold on to the passion

I know we'll find a way to reach what we've been dramin'

Gettin' closer day by day 

Ooh, Baby, we're just a heart beat away


Don't look back, don't look down

Lift up your eyes and you'll see

Our dream isn't over it's only begun

Just keep on believing and hold on to me


We're just a heart beat away, one touch could make it happen

We can reach the other side if we hold on to the passion

I know we'll find a way to reach what we've been dramin'

Gettin' closer day by day 

Ooh, Baby, we're just a heart beat away


We're just a heartbeat away, one touch could make it happen

We can reach the other side, let out souls embrace the passion

I know we'll fine a way to reach what we've been dreamin'

Getting' closer day by day, ooh, baby, we're just a heart beat away

Hold on, hold on to the passion 


[1990's/1991] - 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 - Boyz Ⅱ Men 

[1990's/1995] - Always Be My Baby - Mariah Ca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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