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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s/1994

기억의 습작 - 전람회 / 1994

by Rainysunshine 2023.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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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습작은 대한민국 남성 듀오 전람회(Aaron Kellim)가 1994년 발표한 데뷔 앨범 <Exhibtion>에 수록한 곡으로 멜론(뮤직박스) 6주 1위, 연말결산 4위 등을 기록했다. 이상이박재정이 커버한 것을 비롯해 셀 수 없이 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김동률이 작사, 작곡, 편곡, 보컬을 맡았고 키보드를 연주한 신해철(19680506 ~ 20141027)과 공동으로 프로듀서를 맡았다. 서동욱이 베이스를, 김헌국이 트럼펫을, 김구이가 트롬본을 연주했다. 김동률은 <90년대를 빛낸 명반 50>과의 인터뷰에서 신해철과의 만남에 대해 "대영기획에 있었고 대학가요제 선배라 자연스럽게 소개받았어요. 흔쾌히 자청해 맡아주셨죠. '너희는 본질적인 음악성이 있으니 문제 없다'고 해주셨어요. 당시 기획사에서 녹음실을 인수해서 처음으로 넥스트(N.EX.T)와 저희 앨범을 A 스튜디오와 B 스튜디오를 오가며 녹음했어요. 시기적으로 모든 게 잘 맞았죠"라고 말했다. 

 

2012년 이용주 감독의 영화 <건축학개론>에 사용되었다. 이용주 감독이 연세대 건축공학과 출신이라 같은 과 후배인 김동률의 곡을 사용한 것인 줄 알았으나 이용주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반드시 이 곡이어야 했던 건 아니었어요. 초고 쓸 땐 스웨덴 밴드 아바(Abba)의 노래를 염두에 뒀죠. 그런데 제작이 밀리고 1996년으로 설정이 바뀌면서 노래도 새로 선정했어요. 곡 선택 때 내 세대 사람들에겐 기억에 남는 곡일 것, 요즘 젊은 세대들한테는 적어도 들어본 노래일 것이란 기준을 세웠죠. 이 곡이 너무 영화를 연상시키는 제목과 가사라서 간지러워 보일 우려도 있었지만, 영화와 잘 맞았습니다. 잘 선택했다 싶어요"라고 말했다. 시사회 초대에 참석한 김동률트위터에 "영화 시사회 보고 나오는 길입니다. 영화 참 좋네요. 특히 1990년대 학번이신 분들은 더욱 아련할 듯하네요. 이 곡 때문에 전 좀 화끈거렸지만요"라고 적었다.

 

김동률페이스북에 이 곡에 대한 에피소드를 밝힌 바 있는데, 그 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들었어요. 당시 내 주위엔 팬이 많지 않았는데요. 동생들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고 심드렁하기 일쑤였고, 친구들의 반응도 썩 긍정적이지 않았어요. 잘난척한다고 싫어하는 애들도 있었고 부러워서 일부러 별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던 친구는 딱 한 명뿐이었는데, 우리반 반장이자 그 해 교내 가요제에 같이 나갔던 녀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성격이 낙천적이고 매사가 긍정적이라 그의 의견을 무조건 믿기엔 좀 불안하고 객관적인 모니터로 삼기에는 영 미덥지 않았어요. 들려주는 곡마다 다 좋다고 말해주고 가끔씩 천재라고 치켜세워줄 때면 기분이야 좋았지만요. 그래서 이 곡을 처음 들려줬을 때의 그 뜨거운 반응도 그러려니 하고 넘겼어요. 그러던 어느 날 조회를 마치자마자 녀석이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쪼르르 내 자리로 달려왔어요.
'어제 있잖아. 어떤 여자애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응? 너 전화하는 여자도 있어?'
'아니? 잘못 온 전화였어.'
'에이… 어쩐지…….'
'근데 목소리가 너무 예쁜 거야. 그래서 내가 기왕 전화 잘못 거신 김에 혹시 지금 시간 괜찮냐고 물어봤거든?'
'뭐? 그래서 꼬셨어?'
'아니 좀 들어봐. 아무튼 시간이 있냐고 물어보니까 당황하면서 왜 그러시냐고 묻기에, 제 친구가 작곡한 노래가 있는데요, 한번 들어보실래요? 그랬지? 그리고 전화기에 대고 틀어줬거든? 중간에 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끝까지 다 듣더라? 그리고는 너…무…좋아요…… 하는데 목소리가 정말 감동 먹은 것 같았어. 너 이제 진짜 인정받은 거야!'
나는 책으로 시선을 돌리고 나름 시크하게 대답했어요. '그냥 예의상 한 말이겠지… 그나저나 걔도 웃긴다. 그걸 들려준다고 듣고 있냐….' 그 뒤에 친구가 그 여자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마 그 친구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을 확률이 높고요. 친구는 그냥 자기 말에 객관성을 부여받고 싶었던 것뿐일테니까요.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궁금해지곤 해요. 과연 그 분은 그 때의 일을 기억할까 하고요. 만약 그렇다 해도 그 노래가 기억의 습작이라는 것을 매칭 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피아노 반주 하나로 만든 어설픈 완전 초짜 데모 버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조차 기억하지 못할 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나는 누군지 모를 그 분에게 이 글을 통해 고백하고 싶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모르는 누군가를 짧은 한 순간이나마 감동시켰다는 기쁨이, 어쩌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그냥 끊어버렸을 수도 있었는데, 착하게도 내 친구에게 할애해 준 2분여의 시간과 예의상이었을지도 모를 '좋다'는 말 한마디가, 나도 나의 음악으로 누군가를 감동 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는 사실을요."

 

가사는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마음껏 위로를 해줄 수 있지만 화자 자신의 말이 과연 상대에게 얼마나 의미가 될지 묻는 내용인 것 같다. 자신이 나중에 커서 힘들 때 지금의 위로하던 게 기억이 날지 아니면 너무 바빠 잊힐지도 궁금하고. 

 

20230607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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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버틸 수 없다고

휑한 웃음으로 내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이젠 말할 수 있는 걸

너의 슬픈 눈빛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걸

나에게 말해 봐

너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 속으로 스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가는 나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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