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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s/1994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김광석 / 1994

by Rainysunshine 2023.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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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대한민국 싱어송라이터 김광석(19640122 ~ 19960106)이 1994년 발표한 4번째 스튜디오 앨범 <네번째>와 이듬해 발표한 포크 리메이크 앨범 <다시 부르기 2>에 수록한 곡으로 팬들과 뮤지션들 사이에서 아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기태, 김필, 박새별, 박창근, 정승환 등 셀 수 없이 많은 가수들이 커버했다. 김광석이 생전 마지막 부른 노래로 인정받고 있다.   

 

류근 시인이 가사를 짓고 김광석이 작곡과 프로듀서를, 조동익이 편곡을 맡았다. 류근월간조선, 월간중앙, 한국일보 등 다수의 매체와 가진 인터뷰(이하 모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군 제대 후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어요. 복학할 등록금은 커녕 폭삭 망한 집엔 입대 전 신었던 양말 한 켤레 남아 있지 않았죠. 이집저집을 기웃거리는데 전인권의 기획사에 있던 후배가 윤선애의 앨범에 들어갈 가사를 써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며 해 본게 하룻밤에 29곡의 가사를 써버렸죠. 하지만 음반사가 망하고 1년 뒤에 김광석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김광석은 연락을 받고 녹음실에서 처음 만났죠. 노래 작업이 이미 다 끝나 있었어요. 그리고 들어보라는데 처음엔 정말 실망했어요. 노래를 이따구로 만들었나 싶었거든요. 전주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고, 슬픈 가사에 쿵작쿵작하는 포크록을 입히니 이상했어요. 내심 이문세풍의 노래를 기대했었나 봐요. 그리고 50만원을 받았어요. 당시 각종 빚에 시달렸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후 김광석과는 5집 준비를 같이 할 정도로 친해졌습니다. 김광석이 살던 홍대 앞 건물 한 층이 작업실이었어요. 아주 널따란 방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노래 연습도 하고 곡도 쓰고 그랬죠. 가보면 친했던 가수 박학기씨가 자주 와 있었고."

 

또한 저작권에 대해서는 "김광석은 생전에 '열심히 미는 노래니까 저작권협회에 가입하라'고 권했어요. 하지만 당시 협회 가입비 10만원이 아까워 말을 듣지 않았죠. 김광석은 해마다 저작권료라며 몇백만원씩 건네줬습니다. 2013년 한 후배가 '너무 아까우니 지금이라도 가입하라'며 직접 차에 태워 협회에 데려갔어요. 협회 직원들도 아까워했져. 저작권료는 소급적용이 안 되니까요. 월 8000원 정도 나올 줄 알았는데, 평균 50만~60만원 나오고 많을 땐 100만원까지 나와요. 이미 실연당한 자들의 성지가 된 노래의 위력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실연하나봐요. 다행스런 일이죠. 저작권은 한 푼도 쓰지 않고 그냥 모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가사는 화자가 겪은 사랑은 너무 아픈 사랑이어서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하며 낮은 의미부여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김광석은 공연에서 "아니라고 한다고 아닌 게 되나요. 기지유"라고 말하곤 해서 관객들을 미소짓게 하곤 했다. 류근은 "군 복무 시절 사귀던 연인을 선배한테 빼앗겼어요. 당시 7사단 5연대 최전방에 있었는데, 아침마다 실탄을 갖고 GP에 오르며 '오늘은 반드시 죽어야지'라고 생각하곤 했죠. 그러다 내려올 때는 노을 보며 하루만 더 견뎌보자고 한 게 한 달 동안 반복됐어요. 죽음과 맞바꿀만한 상처를 겪어본 셈이죠. 지금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는 건데, 그땐 상당히 진지했습니다. 처음에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 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만 있던 시였습니다. 거기에서 막혀 있었는데 가사로 적어보자고 했더니 술술 풀리더군요. 처음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는 너무 실망했어요. 하지만 3번 듣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류근은 2010년 발표한 시집 <상처적 체질>에서 이 곡으로 생긴 에피소드를 담은 시 너무 아픈 사랑은을 수록했다.   

 

20231020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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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 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 내리는 못다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랑 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말들도 묻어 버리기 못다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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