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s/20082015. 11. 19. 05:00

 

 

치킨런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 이하 달빛요정)이 월수입 100만원이 되지 않으면 음악을 그만 두겠다고 결심하며 작업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작업한 앨범 <Goodbye Aluminum>에 수록된 곡이다. 개인적으로 달빛요정 최고의 곡이라 생각한다. 다만 끝맺음이 너무 타협한 느낌이여서 맘에 들진 않는다. 큰 꿈을 가졌던 이 시대의 청년들이 그 꿈에 다가서지 못하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자괴감이 느껴지는 곡이다. 과연 이 노래가 유효하지 않은 시대는 올 것인가.

 

달빛요정 사후에 나온 에세이집 <행운아 / 북하우스 / 2011>에 이 곡에 대해 쓴 글을 발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3집 앨범 타이틀곡인데 타이틀곡이 아니게 되어버린 비운의 곡. 하지만 이 노래를 만들고 울었고 부를 때마다 운다... 1.5집을 내고 2집을 준비하던 중에 친구가 일산호수공원의 쇼핑몰에 치킨집을 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인디밴드 지원금을 받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앨범 제작비에는 여유가 있는 상황. 하지만 생활비가 없었다. 두어 달 알바나 하면서 곡들을 정리할 생각이었는데 마침 친구가 가게에 와서 일 좀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래서 시작한 치킨집 알바. 한 두어 달 정도 일한 듯싶다. 대학졸업하고 잠깐 회사에 근무한 이후 언제나 그랬듯 나는 또 내 정체성이 헷갈린다... 어딘가에 닭을 배달하고 터덜터덜 가게로 돌아가던 저녁, 문든 내 인생이 이 일산공원 쇼핑몰 단지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현실을 그대로 쓰자면 호수공원 쇼핑몰, 그대의 치킨배달 아저씨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내 노래가 일기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해도 그 일기를 그대로 노랫말로 쓰는 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말이 주공1단지’.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적인 일상의 영역을 표현하기에는 제격이다. ‘내 인생의 영토는 여기까지 주공 1단지 치킨배달 아저씨라는 가사를 만들고 멜로디를 붙여봤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가사는 열심히 사는 배달사원들을 비하하는 느낌이 들어서 치킨런이라는 가벼운 느낌으로 교체. 이렇게 대략 후렴부분의 멜로디와 가사를 만들고 나니 이 후렴을 도와줄 만한 개연성 있는 흐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특기인 공상과 상상을 시작했다....

 

닭 배달을 하다가 대학 선배를 만난 적이 있었다. 꾀죄죄한 내 모습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음악을 하겠다고 거들먹거리고 다녔는데... 만약 옛날 여자 친구를 만났다면 어떤 상황이었을까. 어떤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참하겠구나. 그저 숨어버리고 싶을 것만 같았다.“

 

20151119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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