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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s/1962

밤안개 - 현미 / 1962

by Rainysunshine 202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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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안개는 대한민국 가수 현미가 1962년 발표한 <Tender Voice>에 수록한 곡으로 1962년 우리나라 최고의 히트곡이다. 원곡은 찰스 키스코(Charles Kisko)와 찰스 토비아스(Charles Tobias)가 만든 냇 킹 콜(Nat King Cole)의 It's Lonesome Old Town이고 작사는 대한민국 작곡가 이봉조(19310501 ~ 19870831)가 지었다. 원래는 손석우가 만든 같은 앨범의 당신의행복을 빌겠어요를 밀었으나 이 곡이 뜨는 바람에 앨범의 타이틀곡을 바꿨다. 이 곡이 크게 히트하게 된 것은 매체의 힘이 어느 정도 있었다. 당시 미8군쇼 출신 뮤지션들이 미8군쇼를 상품화시켜 브라질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기념 공연을 시민회관에서 5일간 했었다. 현미는 마지막 날 이 곡을 불렀는데, 이 공연을 대한뉴스 전신인 리버티 뉴스가 찍어 대중들에게 공개하면서 크게 알려진 것이다. 현미는 이 곡의 성공에 대해 1997년 발간한 자전적 저서 <오늘을 마지막 날처럼>에서 “얼마간 허공에 붕 떠 있는 느낌이었어요. 돈벼락이 따로 없었죠”라고  말했다.  

현미가 위의 저서에서 밝힌 이 곡에 대한 설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집에 있을 때 이봉조씨는 늘 라디오를 끼고 살다시피 했어요. 주로 일본방송을 듣곤 했는데 마음에 드는 멜로디가 나오면 녹음해 뒀다가 편곡을 하고는 했죠. 하루는 밤늦게 라디오를 듣던 그가 누웠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어요. 무언가 번쩍 떠오르는 영감이 있었던 모양이예요. 그리고는 제게 이 노래 느낌이 어떤지를 물어봤어요. 테너 색소폰 솔로곡 이었는데요. 터져 나올 듯한 강렬한 멜로디에 어딘가 모르게 애잔한 느낌을 주었어요. 나도 모르게 좋다는 탄성이 나왔죠. 그는 라디오로 들었던 그 노래를 며칠 후 누가 선물했다며 가져온 휴대용 전자 오르간으로 편곡해 들려주었어요. 그리고는 느낌이 어떤지 묻고, 근사한 가사가 떠오를 것 같다고 말했죠. 나중에 그 곡이 It's Lonesome Old Town이란 걸 알았지만 그 때는 일본방송을 통해 들은 멜로디를 편곡해 가사가 없어 상상의 나래를 펼쳤어요. 그리고 밤안개가 휘이 퍼진 쓸쓸한 밤거리를 홀로 걷는 사람, 잊어버리라고 밤안개는 내리고 하염없이 젖어드는 그 여인의 시린 어깨... 사랑을 잃고 홀로 밤거리를 걷는 고독한 이의 뒷모습을 상상하며 우리 둘이 번갈아 읊조려본 노랫말이 한 소절씩 완성되어 갔어요.   

그로부터 얼마 후 일전에 영화음악을 제의 해왔던 손석우 선생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어요. 주제가를 부를 여가수를 찾고 있는데 내 목소리가 적격이라는 것이었죠. 레코드 취입에 관한 전체적인 작업은 손석우 선생이 총괄하고 이봉조악단이 반주를 맡았어요. 당시 취입할 곡은 영화 주제가 당신의 행복을 빌겠어요, 핑크 슈즈, 나의 길을 가련다, 아름다운 미소, 마음대로 사랑하고, 잊어야 겠어요 등 6곡이 었어요. 그런데 2곡이 부족했어요. 당시 SP판 한 장에 수록되는 곡은 앞 뒤로 네 곡씩 여덟 곡은 되어야 했거든요. 하지만 손석우 선생의 작품만으로는 한 장이 다 채워질 수 없게 되었죠. 부랴부랴 나머지 두 곡을 구하기 위해 수소문하던 중 다행히 일본에서 돌아온 길옥윤씨가 내 사랑아라는 곡을 선사해 주셨어요. 그리고 나머지 한 곡 때문에 난감해 하고 있을 때 이봉조씨가 전에 밤새워 가사를 붙이고 편곡해 둔 밤안개 테이프를 가져와 들어보았죠. 손석우 선생은 그 노래를 듣자마자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고 즉석에서 취입이 결정되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외국곡만 불러 그런지 국내 곡은 다소 생소했어요. 외국 곡은 흉내만 잘 내면 그런대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는데, 직접 원곡을 부르려니 감이 안 잡혔죠. 그래서 녹음이 시작되면서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중에서도 이 곡이 제일 문제였어요. “니 그렇게밖에 못 부르겠나? 레코드 취입 처음 해보냔 말이다!” 그는 녹음실 뒤쪽에서 소리를 지르며 나를 타박했고 그럴수록 노래는 자꾸만 틀려갔어요. 그리고 취입이 지연될수록 그의 잔소리는 더욱 심해졌죠. 이 곡은 처음부터 ‘바암 안-개-가’하고 고음으로 시작되는 노래예요. 취입은 처음이라 악보대로 마음껏 큰소리로 불렀는데 그는 볼륨의 바늘이 망가질 정도로 쾅쾅 튀니 도저히 안 된다고 했어요. 소리가 크면 크다고 야단, 작으면 또 작다고 핀잔이었죠. 그러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마이크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고 노래를 부르라고 했어요. 그리고 포기한 듯한 목소리로 ‘어디 니 맘껏 큰 소리로 불러 봐라’라고 말했죠. 전 주눅이 들 대로 든 상태에서 또 다시 불렀어요. 가수가 목소리 크다는 이유로 마이크도 못 잡고 노래를 했으니 얼마나 속이 상했겠어요. 생각 같아서는 녹음실을 박차고 나가버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오기로 버텼죠. 녹음을 다 끝내고 그는 전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손석우 선생의 반응은 전혀 딴판이었어요"

 

현미 OBS <독특한 연예뉴스>에서 "다섯 손가락을 깨물어 보면 다 똑같이 아프죠. 그렇 듯이 제 노래도 다 좋은데. 가장 부르기 싫은게 이 곡이예요. 너무 많이 불러서 좀 지겨워요. 아마 1962년 대한늬우스에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더하면 수 억만번은 불렀을 거옝요"라고 말했다.

 

가사는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개라는 건, 알 수 없는 상대의 소식, 자신의 정처 없이 방황하는 마음, 두 사람의 불투명한 미래 등을 상징하는 것 같다.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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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안개가 가득히 쓸쓸한 밤거리

밤이 새도록 가득히 무심한 밤안개

님 생각에 그림자 찾아 헤매는 마음

밤이 새도록 하염없이 나는 간다

 

그 옛님을 찾아 주려나 가로등이여

밤이 새도록 하염없이 나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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