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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s/1991

화개장터 - 조영남 / 1991

by Rainysunshine 2023.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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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는 대한민국 가수 조영남이 1991년 발표한 앨범 <조영남 1991>에 수록한 곡으로 '히트곡 없는 가수'란 별칭을 갖고 있는 그의 이름으로 알려진 몇 안 되는 곡들 중 하나이다. 다수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장례식에서 이 곡을 부를 게 걱정 돼 모란동백을 녹음했다고 말했다.  

 

조영남이 작곡하고 조영남김한길이 작사, 김용년이 편곡을 맡았다. 조영남MBC <일요인터뷰 인>, <라디오스타> 등 다수의 매체에서 "1980년대 후반 막 이혼하고 인기 폭락 했을 때 김한길(후에 국회의원을 지냄)이 찾아왔어요. 그 친구도 이혼하고 지낼데가 없어 우리집에 온 거죠. 그러니까 둘 다 백수일 때 였어요. 어느날 그 친구가 신문 기사를 들고 '이걸 노래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예요. 전 그걸 보고 '장터 얘긴데 무슨 노래가 되냐'고 핀장을 주었죠. 그랬더니 '뜻이 있잖아. 전라도와 경상도가 합치는...'이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그럼 네가 글로 한 번 써봐'라고 주문했죠. 그 친구는 소설가이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둘이 엎드려 신문 쪼가리 놓고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라고 적기 시작했어요. 둘 다 한 번도 가본적 없이 발표한 거죠. 하지만 이후에 몇 번 갔고 거기에 이곡에 대한 노래비가 있어요. 당시는 저작권이 없을 때라 제 이름으로 해도 아무 상관이 없었는데요. 지금처럼 저작권을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그 친구도 매달 받았겠죠. 근데  제 이름만 올라가 있어 저 혼자 30년 이상 일방적으로 받아먹고 있어요. (웃음)"라고 말했다. 지금은 김한길도 저작권자로 등록이 되어 있다. 

 

김한길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외국생활을 마치고 오랜만에 우리나라에 와보니까, 그때 제가 보기에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가 지역색 같았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의 미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책이나 강연 등을 통해 해봤자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 조영남씨에게 이걸 부르는 게 좋겠다고 줬죠. 근데 이걸 안부르겠다는 거예요. 건전가요같다고요. '뭐, 사랑하고 이런 내용이 있어야지'라고 말하면서요. 그래서 제가 사랑노래 하나 적어주는 조건으로 해서 불렀어요. 그게 사랑없인 못살아요예요"라고 말했다. 

 

가사는 화개장터라는 시장에 대한 내용이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역감정이 심한 것으로 평가받는 영호남의 화합을 말하고 있다. 화개장터는 경상남도 하동군과 전라남도 구례군·광양시의 접경 지역에 있으며, 행정구역 상으로는 하동군 화개면 탑리에 속한다. 인근 지역 사람들이 모여 내륙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남해에서 생산된 해산물 등을 교환하며 장터가 형성되었다. 당시에는 이상한 게 아니었지만 지역감정이 심화되면서 특이한 케이스로 화제를 모았다. 

 

정치철학자 칼 슈미트(Carl Schmmit)는 <정치적인 것의 개념(Der Begriff Des Politischen)>에서 "정치적인 것은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외부의 적을 설정할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상호 대립을 조장하고 갈등을 표면화할 수 있다면 기본적으로 그 이해관계의 한쪽 편은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변성현 감독의 2022년 영화 <킹메이커>에서는 이런 편가르기가 얼마나 정치에 적절한 것인지를, 영호남의 지역감정이 정치인들의 의도적인 계략임을 보여줌으로써 입증한다. 조영남김한길이 보았다는 경향신문의 기사에는 "먹고 살아가는디 전라도와 경상도가 무신 상관 있당가요? 괜시리 우리랑 관계없는 사람들이 지방색을 들먹거려 화가 치민당께요"라는 한 구례 주민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20230407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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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광양에선 삐걱삐걱 나룻배 타고
산청에선 부릉부릉 버스를 타고
사투리 잡담에다 입씨름 흥정이
오손도손 왁자지껄 장을 펼치네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오시면 모두 모두 이웃 사촌
고운 정 미운 정 주고 받는
경상도 전라도의 화개장터

 

라라랄라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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