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 관하여는 산울림의 내 마음을 리메이크 한 내 마음은 황무지와 김동률이 현악기 편곡을 했던 Main Theme part 1과 메인테마 3인 그저 걷고 있던 거지를 제외하고 신해철이 모든 곡을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서를 맡았던 김홍준 감독의 1996년 영화 <정글 스토리>의 O.S.T 수록곡이다.
신해철이 MBC <고스트 스테이션>에서 이 곡을 첫 번째(순위는 11위) 자신의 베스트로 꼽으면서 한 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곡은 날림으로 만들었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면, 공들여 녹음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중간의 간주도 그렇고 큰 줄기만 갖고 가자는 식으로 녹음을 했다는 거예요. 어떤 때는 정교하게 구석구석 살피는 것보다는 딱 큰 맥락을 잡는 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기도 해요. 글쓰기나 심지어는 사람관계나 인생도 그렇고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과 몇 가지 안 된다. 다른 이상한 것들에 집착하지 말고 큰 것만 생각하자’는 거죠. 그러면 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곡은 그런 면에서 들인 정성에 비해 꽤 잘나온 곡이예요.
이 곡이 다른 노래와 다른 점은 제가 영화에 캐스팅 된 배우처럼 아예 연기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불렀어요. 노래를 부르는 것도 연기거든요. 배우가 감정이입해서 대사를 정확하게 체크하고 연기를 하는 것처럼 노래도 그렇게 하면 외형적으로 들을 때 좋은 결과를 낳아요. ‘노래를 잘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쉽고요. 근데 제가 그 방법을 되게 싫어해요. 노래가 남들에게 못 부르는 것처럼 들려도 좋으니까 억지로 연기하는 것처럼 부르는 것보다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간다랄까. 그런 걸 더 선호하는 편이예요. 하지만 이 곡만큼은 한 번 감정 조절을 하고 호흡을 몰아가면서 연기하는 것처럼 불러보자는 식으로 임했던 노래예요. 후반부에 나오는 합창은 혹시 웅장하게 들리셨나요? 3명이 녹음한 것을 오버 더빙한 것으로 현대의 녹음 기술을 활용했어요.
(제가 연기하듯 노래하는 걸 싫어하는 이유는) 저의 노래 부를 때 악습관 중 하나인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부르기 직전에 가사를 만드는 습관 때문인 것 같아요. 히트 곡들을 스튜디오에서 노래 부르기 직전에 만들었다고 하니까 글 쓰는 데 있어 대단한 재능이 있는 게 아니냐 하는 말씀들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잘못들 생각하고 계신 게, 평소에 그 내용들을 계속 생각하면서 이 노래의 가사는 이럴 것 같아 하고 문제의식들을 갖고 다니다가 노래 부르기 전에 글자 수를 맞추는 거예요. 스튜디오에서 음- 이러고 있다가 주주죽 쓴다는 게 아니라요. 그런데 글자 수를 노래 부르기 직전에 맞추다보니 제가 지금까지 부른 노래들은 거의 예외 없이 녹음 전에 한 번도 연습을 한 적이 없다는 상황이 발생해요. 하지만 저는 가수라는 건 타고난 사람들이 하는 연기인 거고 저는 소리나 음악 만드는 거 좋아하는데 마땅한 상황이 안 되니 하는 수 없이 노래를 한다는 입장 이예요.”
가사는 희망 없고 삶의 의미도 찾을 수 없지만, 여전히 한이 맺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유령들처럼, 원한같은 꿈을 위해 그래도 끝까지 달려보겠다는 ‘못 먹어도 고’의 정신을 담고 있다. 영화 <정글 스토리>는 음악 평론가 강헌이 시나리오 집필과 제작을 맡았고 윤도현과 YB 멤버들, 산울림의 리더인 김창완이 출연했다. 당시 시사회에 여자 친구랑 갔었고 감독과 김창완 등 여러 사람을 만났었는데 고인이 되신 신해철님은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면 내가 다른 쪽에 있었거나. 딴지일보 주최 <벙커 특강>에서 강헌은 영화의 제작비는 총 7억이 들었고 하나도 건지지 못했지만 투자한 삼성영상사업단에서는 앨범이 40만장 이상 팔려 수익을 남겼다고 밝혔다.
20210824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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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며 몸부림치며
어쨌든 사는 날까지 살고 싶어
그러다 보면
늙고 병들어 쓰러질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냥 가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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