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그 토대는 서서히 마련되고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 대중음악계는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심하게 충돌하며 극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유행한 '복지부동'이란 말이 대변해 주듯 기성세대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와 같은 가치 철학으로 젊은이들을 눌러왔다. 하지만 서태지의 수시아나 듀스의 개성은 이런 몰개성의 획일화를 거부해 젊은 층의 지지를 얻었고 새로운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그것은 자연히 교육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고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 넥스트의 Destruction Of The Shell, 젝스키스의 학원별곡, H.O.T의 전사의 후예 등은 가치전복을 꿈꾸는 각각의 지지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왔다.
이런 맥락적인 흐름을 리아의 데뷔 앨범도 비껴가지 않는다. 개성을 필두로 욕구불만, 복장불량, 가출한 친구에게, 2집의 개똥철학이나 고정관념 등은 기존의 사회가치와 정면 대치를 선언한다. 과연 누가 데뷔 앨범을 이토록 비정치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제목으로 뽑아낼 수 있었던가. 리아 이전에 나온 모든 여성 가수들의 데뷔 앨범을 살펴보라. "조금 튀게 난 살아갈 거야"라고 선언하는 이 당찬 신예는 이전의 모든 여성 가수들의 데뷔 앨범을 "공장에서 만들어낸 인형처럼" 만들어 버렸다.
무엇보다 그런 도발은 앨범의 제목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리아의 이력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가사의 해석이 요원하지 않다. 히말라야의 자유 속에 살다 온 소녀가 모든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기계 같은 생활"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해 보는 것 말이다. 그러면 세상의 번잡함을 한 순간에 날려버릴 것 같은 집착이나 졸업에서의 초음파 같은 고성을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문제의 접근에 있어 3인칭이 아니라 1인칭이라는 것이 기존의 곡들보다 한걸음 더 나아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해법에 있어 거리감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가출한 친구에게에선 서태지의 Come Back Home처럼 "삶의 끝을 본 적이" 있음에도 아직 젊으니 집으로 돌아오라고 권하기보단 "네 아픈 기억을 들어" 주는 것으로, 역시 같은 주제임에도 듀스의 개성처럼 "넌 변해야 해"라고 강권하기 보단 "나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해도 그런 것쯤 신경 안 쓸"거라는 자아의 독백으로부터 시작한다.
물론 이 앨범이 기존의 가치와 완전히 단절을 선언한 채 역주행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복장불량 같은 경우 복장을 불량하게 해서 개성을 표출할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해석되고 유토피아는 어린 시절의 동화 정도로 치부할 수 있지만 욕구불만은 너무 이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정도면 시대를 감안했을 때 데뷔 앨범의 역할은 충분하다. 이런 주제는 김영석의 곡과 넥스트의 세션도 가사와 잘 어울린다. 이후 사랑 노래를 많이 부르기 시작해 <요조숙녀>란 뛰어난 앨범이 나오고 눈물이 크게 히트하면서 도전적이고 반항적인 이미지가 많이 퇴색하고 아티스트의 날개로 한 걸음 더 올라서지만 그럼에도 이때 가졌던 태도는 후에 본격적으로 페미니스트를 표방한 지현의 출연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20121029 다음뮤직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기계처럼 같은 생활 의미없이 따라갔어 그래 그랬었었어
공장에서 만들어낸 인형하고 똑같다지
누가 조금 다르다면 외면하고 무시하지
유행이란 이름으로 남들눈을 의식하지
눈치보며 살게됐어 그래 그랬었었어
같은 생각하며 살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어
조금 튀게 난 살아갈거야 그 누가 뭐라 한다고 해도
어떻게 보면 내가 문제아로 생각되겠지만
그렇대도 나만의 생각이 필요한거야
나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해도 그런것쯤 신경 안쓸거야
변하고 있는 지금 세상에는 나같은 사람도 필요해
눈치보는 시간사이 내모습은 이미없어
그건 정말 아니었어 그래 그랬었었어
나도 그런 생각이라면 내 인생이 너무 가치없다 생각했어
조금 달리 난 살아갈거야 쉽지는 않은 일이겠지만
소중한건 나 자신이야 남이 중요한게 아냐
탓한다고 다가 아냐 잘못된건 생각인걸
어떻게 보면 내가 문제아로 생각되겠지만
그렇대도 나만의 생각이 필요한거야
나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해도 그런것쯤 신경 안쓸거야
변하고 있는 지금 세상에는 나같은 사람도 필요해
아직도 어떻게 보면 내가 문제아로 생각되겠지만
그렇대도 나만의 생각이 필요한거야
나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해도 그런것쯤 신경 안쓸거야
변하고 있는 지금 세상에는 나같은 사람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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